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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일행이 산음을 떠난 것은 다음날 아침이었다.허준은 더 이상 덧글 0 | 조회 224 | 2021-04-12 23:37:58
서동연  
허준 일행이 산음을 떠난 것은 다음날 아침이었다.허준은 더 이상 입이 열리지 않았다. 1년이라는 말과 함께 오늘 산성 안에서 본 환자들의 처참한 모습이 눈앞을 지나갔다.박갑서가 스스럼없이 잔을 받은 후 주모 대신 나타난 사공에게 새로 술상을 청하고 나서 허준을 보고 친구처럼 환하게 웃어보였다.허준이 땀투성이의 눈길을 들어 마당에 빽빽한 그 병자들을 건너보았다.지 병을 허준이 그 사람이 손수 진맥했어예. 손마디가 길쭉하이 그렇데요. 그러고 사람 눈매가 우예 그리 조용하이 그렇십니까. 물어보는 말 수도 적고 어찌 보이 색시 같애얘.허준이 자신의 중심을 필사적으로 버티며 입속에 거푸 외치고 있었고 그 눈앞으로 궁녀 정씨가 음식을 담아간 빈 판을 들고 밖으로 나왔으나 숨을 삼키고 바라보고 있는 허준에게는 시선도 줌이 없이 바로 옆방 너와집 처마 밑으로 사라지고 말았다.안광익의 음성이 들린 것은 그때였다.자기의 훈도는 물론이요 안광익, 김민세의 인정을 받아 그들의 가르침까지 받을 수 있다면, 그건 조선 천지에서 그 누구도 바랄 수 업는 행운일 것이었다.함께 떠난 것은 알고 있었고 애써 허준이의 성적을 관심두지 않았고 또 양쪽으로 나뉜 온 고을 안의 떠들썩한 호사가들의 내기라는 것도 듣고 있었으나새벽길 바쁜데 어서 한숨 잡시다.허준은 튕겨일어났다. 어젯밤 곁에 나란히 누웠던 김민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이부자리도 말끔히 개켜져 있었다.팽이치기, 제기차기 그리고 썰매를 지치고 동네방네 집집이 처마를 후비는 참새잡이.내의원에 줄이라니?없는 자는 없는 대로 있는 자는 있는 대로 흘러가 버린 지난 한 해의 아쉬움을 묻어버리고 어제와 꼭 같은 해가 떠오르건만 그 해를 바라보며 저마다 새해에의 소망을 읊조리기 마련이었다.그 와글거리는 소리와 한숨 묻은 소리들을 허준은 듣고 있었다.그러나 의의 길에는 노력만으로 도달할 수 없는 마음의 영역이 있다. 병자를 연민을 담아 보는 눈이 업을 출세나 치부의 욕망과 바꿀 수없다는 무심지의의 바탕.귀한 약을 써야 차도가 있을 거라는디 돈이 있간
자연 그날을 앞두고 누가 어디로 가며 누가 어디로 오고 그리곤 누구 누구는 혜민서로 떨어진다고 확인되지도 않은 소문에 가슴이 철렁거리고 기대에 부풀어보는 날이기도 했다.죽어가는 목숨을 향해 구원의 손을 뻗치기는커녕 빈사의 생명이 죽음의 고비를 맞아 마지막 몸부림치는 그 단말마적인 광경을 냉엄하게 지켜보는 유의태의 모습이 연상되어 허준의 등줄기엔 자꾸만 식은땀이 흘렀다.허준은 웃옷을 모두 벗고 있었다.안다면 남은 뒷얘길랑 일을 마친 뒤에 하여도 늦지 않으리.유의태의 눈길이 다시 허준에게 멎었다. 허준이 무릎걸음으로 유의태에게 다가앉았다.그 시각 안점산 김민세의 약제실에 유의태가 병자의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그 유의태의 풀어헤친 나신을 조심스레 촉진해가는 김민세의 눈이 긴장에 떨다가 외쳤다.상화와 꺽새, 영달들이 그 만석과 밀고 당기는 실랑이 끝에 가까스로 잡아앉힌 후 영문을 캐물었다.고명한 아비로부터 일일이 손잡아 의술의 진수를 가르침받는 도지의 처지가 온몸이 떨리도록 부러 웠다.웃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마른침을 삼키며 아직도 열흘 후의 일인데도 너나없이 긴장된 얼굴들이었다.유의태의 자신에 찬 지시와 일호의 오차도 저지르지 않으려는 허준의 정교한 침술에도 불구, 만석모의 시력은 사흘 나흘 지나도록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서쪽은 불모의 산악지대라 사냥과 광업을 주업으로 하는데 기후가 급변하는 지역이라 두꺼운 옷과 기름진 음식을 주식으로 하여 내장질환이 많아 독한 탕약을 쓰는 치료법은 그 서쪽지방에서 생겨났고 .그래서 그 방법은?선배란 뭔가? 그건 후학으로서 점령하고 뛰어넘을 목표여야 하리. 그게 첫째일세. 나를 뛰어넘을 후학이 아니고서야 무슨 재미로 눈여겨볼 재미가 있겠는가.3아 예 . 허준올시다. 우선 몸도 녹이실 겸 잔을 받으시지요.다가앉아라.허준이 미처 대답하지 못하는데 김민세가 허준에게 미소를 보이며 대신 대답해주었다.그러나 병자들마다 마음들이 급하고 보니 또 바쁜 생업에 두번 세번 찾아오는 번잡함을 덜고자 달걀 꾸러미니 암탉 한 마리 따위를 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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